갑갑함에 지친 당신에게 - 태안 백사장항 해변길
음.. 집에만 있자니 갑갑한데...
뻥 뚫린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면서
조용한 곳이 어디 없을까...
고민을 하다 보니
아 그래! 바다!
바다로 가면 되겠다!
바다로 가기로 결심하고 나서
어디로 가야 할까 고민하다가
몇 년 전에 깡통 모닝과 함께 떠났던
태안의 백사장항이 생각났습니다
너무 붐비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바다가 있고
해변을 따라서 걷기 좋은
산책로도 마련되어 있어서
저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거든요
그래서 더 고민할 것 없이
태안으로 출발했습니다
몇 년 전에 처음 갔을 때만 해도
비포장길이었던 주차장이
오랜만에 와보니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더군요
항구에 주차를 하고 나서
바로 앞에 보이는 인도교로
먼저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다리를 설렁설렁 걸어 오르다 보니
갈매기들이
새우깡 하나라도 얻어먹을 까 싶어서
사람들의 머리 위를 천천히
저공비행으로 빙글빙글 도는데
그 덕분에 좀처럼 찍기 힘든
날아다니는 갈매기 샷을 몇 장 건졌네요
이 인도교는 단순히
관광용 목적으로 지어진 게 아니라
드르니항과
백사장항을 이어주는
통로 역할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드르니항에 주차를 하고
백사장항으로 넘어오셔도 되고
백사장항 구경을 하신 후에
드르니항으로 건너가 보셔도 되겠죠?
이 인도교의 중앙에는
2층 구조의 전망대(?)가 있는데요
다리가 꽤 높다 보니
항구의 풍경이 시원시원하게 보이고
전망대의 가운데는
선장님 컨셉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조종간 모형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멋진 인도교가 있지만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인도교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
백사장항의 뒤편을 살펴보시면
이렇게 항구 밖으로
나가는 길이 있는데요
이곳으로 설렁설렁 걸어가 보면
해변을 따라 걸을 수 있는
태안 해변길이 나옵니다
태안 해변길은
태안의 해변 전체를 아우르는
굉장히 긴 코스인데요
제가 걸을 곳은
백사장항부터 시작되는
5코스 노을길 구간입니다
태안의 해변길은
숲과 바닷길 모두 즐길 수 있는데요
울창한 숲길 구간으로 들어서면
나무들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좋고
바닷길로 가면
파도소리가 참 좋습니다
이 곳은 원래 해수욕장이지만
제가 이곳을 방문한 게
밀물 시간이었는지
모래사장은 볼 수 없었는데요
그 대신
파도가 자갈들을 또르르 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소리가 귀를 계속 간지럽혀서
한참을 서서 보고 있었네요
계속 걸어가다 보니
섬이 해변길을 가로막습니다
하지만 길가를 잘 살펴보시면
이렇게 돌아가는 길이 있다는 사실
특히 이 곳에는 전망대도 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는데요
별로 높지 않은 계단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전망대를 만날 수 있는데요:
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또
기가 막힌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전망대 앞에 우뚝 솟은
V자 형태의 나무 사이로
어느덧 뉘엿뉘엿 떨어지고 있는 해가
쏘옥 들어오는데
크으으으~~
전망대에서 내려와서 좀 더 걷다 보니
삼봉이라는 곳이 나왔는데요
저 섬 앞에서 어떤 분이
삼각대를 펼쳐 들고 기다리고 있길래
저기 뭐가 있나.. 하고 다가가 보니
와... 여기가 또
기가 막히는 일몰 명소네...
대충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해도
예술입니다 예술
시원한 파도소리와 풍경에 취한 저는
돌아보지 않고
자꾸자꾸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해변길을 따라 계속 걷다 보니
드디어!
백사장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시원한 파도소리에 취해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해가
만들어 낸 노을에 취해 걷다 보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나 어떻게 돌아가지?
아하!
조금 더 가면 버스정류장이 있으니
버스를 타고 돌아가면 되겠다!
되돌아 갈 계획까지 세운 저는
거침없이 앞으로 걸어갑니다
그렇게 한참을 더 걸은 저는
기지포 해변에 도착했는데요
버스정류장 위치까지 파악하고 나니
욕심이 생겼습니다
왠지 여기서 좀 더 걸어가면
앉아서 석양을 바라볼 수 있는
벤치가 나올 것 같은데...
여기까지 왔는데
벤치에 앉아서 느긋하게
일몰을 감상하고 가야지!
하고 좀 더 걸어가 보니
빙고!
그렇게 벤치에 앉아서
떨어지는 해를 구경하기 시작했는데요
참 신기한 게
해가 아직 저 위에 떠 있을 때는
저게 언제 떨어지나 싶지만
해가 수평선 가까이 접근하면
해가 움직이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쏘옥 하고 사라집니다
그렇게 일몰을 감상하고
버스를 타러 가 보니...
제가 잊고 있었던 한 가지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아... 여기 시골이지...
저도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서
잘 압니다
농어촌 버스는 도시만큼
배차간격이 빡빡하지 않다는 것을...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날은 점점 더 컴컴해지고
버스는 언제 올지 기약이 없고...
결국
컴컴한 바닷길을
다시 되돌아왔다는 거 -.-;
여러분들은 꼭
출발하기 전에 미리미리
버스 시간표를 찾아보시고 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