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스터N과 함께하는 첫 인제스피디움 체험기

2019. 3. 22. 00:00내 차 이야기/흑구D

때는 작년 10월 어느 날

 

자유로 시승코스

 

현대 모터 스튜디오에서

 

벨로스터 N 시승을 하고 있던 저는

 

조수석에서 시승을 도와주고 있던 직원과

 

이런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저 내년에는 이 차를 살 계획이에요!"

 

"이 차로 트랙데이를 가보는 게 내년 목표입니다!"

 

 

"아아 고객님 멋져욧! 부럽네요! 얼른 지르세요 ㄱㄱ"

 

...

 

그리고 시간은 흘러 흘러

 

실제로 벨로스터 N을 구매하게 된 저는

 

그래! 이 차로 서킷 한번 안 가보면 섭섭하지!

 

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빨리 갈(?) 생각은 없었는데

 

 

그 이유는

 

첫째, 아직 이 녀석에게 적응이 덜 되었다는 점

 

사실 4~500마력씩 되는

 

고출력 차를 타시는 분들이 보면 웃기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78마력짜리 차를 타다가

 

출력이 3배가 넘는 녀석으로  한방에 갈아타니

 

액셀을 밟는 게 무섭더라구요

 

(사실 여태 후락쎌도 몇 번 안 밟아봄)

 

 

그래서 아직 쫄보 운전(?)을 벗어나지 못했기에

 

차에 좀 더 적응이 되고 나서 가볼 생각이었고

 

 

둘째,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

 

사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서킷 주행이라는 게 꽤나 고오급 취미인데요

 

 

왔다 갔다 하는데 기름값 들지

 

라이선스에 주행권에..

 

타이어도 닳고 브레이크도 닳고..

 

그 와중에 저는 

 

차를 구매할 때 할부금을 줄이기 위해

 

선금을 최대한 많이 넣은 데다

 

 

자동차라는 게 '차값'만 내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세금도 내야 하고 보험도 들어야 하고..

 

덕분에 통장이 텅장이 되어있는 상태

 

 

그래서

 

올해 초에 재무계획을 세웠던 대로

 

여름에 이사를 하고 나서

 

잔고가 슬슬 촉촉해지기 시작할 때쯤

 

가볼 생각이었죠

 

 

근데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지인과 대화를 하다가

 

"이번 주가 인제서킷 동계시즌 마지막 주예요"

 

 

"동계시즌 티켓이 두장 남아서

 

주말에 인제에 갈 생각인데

 

혼자 가긴 심심하고 같이 가실래요?"

 

 

"저도 서킷 주행을 한번 느껴보고 싶은데

 

옆자리에 태워주실 수 있나요?"

 

 

"그럼요~"

 

모터스포츠에 관심이 많다보니

 

종종 서킷을 찾는 편이지만

 

 

서킷에서 경기하는 걸 보기만 했지

 

직접 서킷을 타본 적이 없던 저는

 

서킷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해서

 

냉큼 같이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인이 서킷 주행을 준비하며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하던 도중

 

디스크에 금이 가 있는 것을 발견한 것

 

 

"아.. 이거 곤란한데요

 

이거 이 상태로 서킷으로 들어가면 위험한데..

 

지금 당장 디스크를 주문해도

 

주말까지 교체하는 건 불가능하고.."

 

 

"지금 동계시즌 티켓을 파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걸 내다 팔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런 의미에서 동계시즌 티켓을 걍 드릴 테니

 

이참에 라이선스 한번 따 보실?"

 

"허 이거 완전 솔깃한데;;;"

 

 

어차피 올해 안에 서킷을 가볼 생각이었으니

 

이 참에 라이선스를 따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더군요

 

게다가 두 세션 티켓을 그냥 주신다고 하니

 

 

"좋습니다! 제 차로 가시죠!"

 

그렇게 새벽 6시 30분에 출발해서

 

9시쯤 인제 서킷에 도착했습니다

 

 

왜 이렇게 일찍 왔냐면

 

라이선스 교육이 아침에 한 번만 있거든요 -.-;

 

 

제가 갔던 날은

 

오전 9시 30분까지 접수를 해야 했습니다

 

저랑 비슷한 루트로(?) 처음 오는 분이 많았는지

 

아침부터 차들이 바글바글 했는데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접수처에 가서

 

라이선스 신청서와

 

스포츠 주행 서약서를 쓰고

 

(사진은 접수처에서 웹캠으로 찍어줍니다)

 

라이선스 발급 비용 10만원을 긁고

 

접수처에서 접수를 하면 됩니다

 

서킷을 주행하기 위해서는 준비물이 필요한데

 

바로 헬멧과 장갑입니다

 

 

장갑의 경우에는

 

레이싱용 장갑이면 좋겠지만

 

없을 경우 손 전체가 가려지는 장갑이면

 

괜찮다고 하구요

 

 

헬멧의 경우에는

 

개인 헬멧이 없으면 접수처에서 빌려줍니다

 

인제 스피디움의 경우에는

 

서킷 주행 시, 조수석은 동승이 가능한데요

 

(단, 다인승 차량이라도 뒷좌석 탑승은 안됩니다)

 

 

한 대의 차량에 두 명이 타는 경우

 

장갑은 운전자만 껴도 되지만

 

헬멧은 모두 써야 하기 때문에

 

 

장갑은 지인이 본인 것을 빌려주셨지만

 

제가 쓸 헬멧은 접수할 때 같이 빌렸습니다

 

(헬멧 대여비는 하루에 만원)

 

 

접수를 하고 나서

 

라이선스 교육을 받게 되는데요

 

 

교육내용은

 

인제 스피디움 시설 소개 및 이용 방법

 

서킷 이용 시 에티켓

 

서킷 이용 시 숙지해야 하는

 

각종 깃발들에 대해 알려줍니다

 

 

이론교육이 끝나고 나면

 

실전교육을 하게 되는데요

 

 

세이프티카를 천천히 따라가며

 

코스를 익히고 난 후

 

세이프티카가 피트로 들어가면

 

 

그때부터는 이론 시간에 배운

 

여러 깃발에 대응하는 테스트를 하면서

 

서킷을 몇 바퀴 더 돌게 됩니다

 

 

테스트를 마치고 체커기를 받고 들어온 후

 

접수처로 다시 돌아가 보면

 

이렇게 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는데요

 

 

라이선스를 받은 뒤에는

 

접수처에서 스포츠 주행 세션 티켓을 구매한 후

 

시간에 맞춰서 서킷을 타면 됩니다

 

본격적으로 주행을 해보기 전에

 

 

저도 예습(?)은 하고 오긴 했지만

 

실제로 서킷 주행을 해 본 경험이 없었고

 

 

저에게 선뜻 티켓을 건네주신 지인도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기에는 심심해하실 듯하여

 

한 세션 택시 드라이빙을 부탁드렸습니다

 

 

평소에 벨로스터 N이 궁금하셨던 지인은

 

흔쾌히 승낙했고

 

저는 옆자리에 앉아서 체험을 해보기로 했죠

 

랩타임이 2분 2초 정도 나왔는데

 

옆자리에 앉아서 구경해보니

 

정말 드럽게 빠르더군요

 

 

와.. 2분 2초가 이렇게 빠른데

 

순정으로 1분 56초대를 찍고 다니는 분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3바퀴를 돌자마자

 

웁... 우웁.. 토할 것 같아여 세워주세여(....)

 

 

급정거, 급가속, 격렬한 코너링이 계속 이어지는데...

 

평소에 차멀미를 잘 하지 않지만

 

어우 이건 ㄷㄷㄷ

 

 

새삼 랠리의 코드라이버들이 대단하게 느껴지더군요

 

어떻게 저 상황에 노트까지 읽고 있을까..

 

 

덕분에 세션 중간에 피트에 내려서

 

달리고 있는 제 차 사진을 찍으며

 

쉬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속이 울렁거리는 택시체험을 끝내고 나서

 

점심시간이 되었고

 

근방에

 

유명한 막국수집이 있다고 해서 다녀왔는데

 

 

인제서킷에서는 꽤 거리가 있는 편인데

 

가격도 맛도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배고파서 사진 찍을 겨를도 없이

 

쳐묵쳐묵 하는 바람에

 

가게 간판 사진밖에 못 건지긴 했지만요

 

 

여튼

 

점심을 다 먹고 서킷으로 돌아와서

 

스포츠 주행 티켓을 끊고

 

본격적으로 서킷 주행 준비를 했는데요

 

 

이전에 일상 주행 소개글에서도 썼지만

 

벨로스터 N의 단점 중 하나가

 

바로 시트 포지션이 높다는 것

 

 

사실 평소에도

 

머리가 천장에 닿을락 말락 한 상태로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헬멧을 써버리니

 

아아아아...

 

고개를 들 수 없어...

 

아아 허리가 길어 슬픈 짐승이여..

 

 

덕분에 평소에 타던 것보다

 

의자를 뒤로 엄청 젖혀서 타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좀 어색했는데

 

핸들을 앞으로 당겨서 조절하고 나니

 

생각보다 그럭저럭 탈만하더군요

 

 

헬멧을 쓰고 장갑을 끼고

 

시트 포지션을 조절하고

 

슬슬 출발해봅니다

 

 

사실 거창하게 영상을 찍을 생각은 없었는데

 

같이 간 지인이 액션캠을 가져와서

 

영상을 찍어주셨습니다

 

 

"어? 영상도 찍어주시게요?"

 

 

"서킷 탈 때 영상을 찍은 다음에

 

집에 가서 돌려보면

 

그날 서킷에서 얼마나 븅신짓을(...) 했는지

 

알려주는 훌륭한 교보재가 돼요!"

 

 

"아 그렇군요!"

 

그리고 시작된 첫 서킷 주행

 

 

서킷에 들어가 보니...

 

 

사실 우리가 평소에 운전하면서

 

풀 브레이킹을 때릴 일이 잘 없잖아요?

 

 

훈련이 안되어 있다 보니 

 

서킷에서도 풀 브레이킹이 잘 안됩니다

 

나도 모르게 할배 브레이킹

 

 

가기 전에 나름 열심히

 

서킷 레이아웃을 익힌답시고

 

주행영상을 많이 찾아보고 갔는데도

 

막상 닥치니 또 어렵더라구요

 

 

덕분에 저보다 앞에 출발했던

 

파란색 벨로스터 N에게

 

한 바퀴 차이로 따이는 수모를 -.-;

 

 

※ 스포츠 주행은 말 그대로 주행이지

 

카레이싱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본인보다 빠른 차가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면

 

잽싸게 비켜주셔야 합니다

 

 

뭐 사실 처음 가는 서킷이다 보니

 

너무 무리하지 말고 무빵 완주를 하자!

 

...는 느낌으로 타긴 했지만

 

밑밥깔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와서 영상을 돌려보니

 

 

어우.. 

 

브레이크를 저렇게 부드럽게 안 밟아도 되는데..

 

아.. 저기선 왜 저렇게 갔지

 

어우 쫄보네 쫄보여~

 

 

이날 베스트 랩타임은 2분 10초 정도 나왔는데

 

선수분들은 제 차와 같은 조건으로

 

1분 55~56초대를 뽑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같은 차한테 한 바퀴를 따였지

 

 

저는 1분대는 바라지도 않고

 

2분 초반대까지는

 

줄여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네요

 

주행을 모두 마치고

 

그냥 집에 가긴 아쉬워서

 

건너편 패독에서 진행하는

 

드리프트 세션 구경도 해보고

 

전망대도 올라가 보고 난 후에

 

집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날 아침에 홍천휴게소에서

 

기름을 가득 채우고 왔었는데요

 

 

라이선스 실전 주행과

 

스포츠 주행 2세션을 뛰고 나니

 

계기판에 주유 경고등이 떴습니다

 

돌아가는 길에는 건너편 홍천휴게소에서

 

다시 기름을 가득 채웠는데요

 

보시다시피 구간 연비 5.77km -.-;

 

 

저 구간 운행거리의 절반 정도는

 

정속 주행 구간이니까

 

(홍천휴게소 -> 인제 -> 막국수집 -> 인제 -> 홍천휴게소)

 

실제 서킷에서의 연비는 더 떨어지겠죠

 

역시 고오급 취미

 

 

타이어도 몇만원 어치(?) 썼지 싶은데

 

생각보다 브레이크 패드가

 

별로 닳지 않아서 놀랐습니다

 

할배 브레이킹을 해서 그런 듯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재밌습니다

 

정말 정말 재밌어요

 

 

도로 폭이 넓기 때문에

 

꼬라박을(?) 부담 없이 차를 던져볼 수 있고

 

 

과속 단속 카메라도 없고

 

다들 빨리 달리는 데다가

 

마주오는 차를 걱정할 필요도 없으니

 

그냥 신나게 때려 밟으면 됩니다

 

 

한 바퀴 돌 때마다 찍히는 랩타임을 보며

 

도전의식이 생기는 것은 덤

 

한번 갈 때마다

 

돈이 꽤나 깨지는 고오급 취미라서

 

자주 가기는 힘들겠지만

 

 

분기별로 한 번씩 정도는

 

충분히 가볼 만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종종

 

총알이 장전될 때마다 가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