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3. 00:00ㆍ무작정 드라이브/충청
음.. 집에만 있자니 갑갑한데...
뻥 뚫린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면서
조용한 곳이 어디 없을까...
고민을 하다 보니

아 그래! 바다!
바다로 가면 되겠다!
바다로 가기로 결심하고 나서
어디로 가야 할까 고민하다가

몇 년 전에 깡통 모닝과 함께 떠났던
태안의 백사장항이 생각났습니다
너무 붐비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바다가 있고
해변을 따라서 걷기 좋은
산책로도 마련되어 있어서
저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거든요
그래서 더 고민할 것 없이
태안으로 출발했습니다

몇 년 전에 처음 갔을 때만 해도
비포장길이었던 주차장이

오랜만에 와보니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더군요

항구에 주차를 하고 나서


바로 앞에 보이는 인도교로
먼저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다리를 설렁설렁 걸어 오르다 보니

갈매기들이
새우깡 하나라도 얻어먹을 까 싶어서

사람들의 머리 위를 천천히
저공비행으로 빙글빙글 도는데

그 덕분에 좀처럼 찍기 힘든
날아다니는 갈매기 샷을 몇 장 건졌네요

이 인도교는 단순히
관광용 목적으로 지어진 게 아니라

드르니항과

백사장항을 이어주는
통로 역할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드르니항에 주차를 하고
백사장항으로 넘어오셔도 되고
백사장항 구경을 하신 후에
드르니항으로 건너가 보셔도 되겠죠?

이 인도교의 중앙에는
2층 구조의 전망대(?)가 있는데요

다리가 꽤 높다 보니
항구의 풍경이 시원시원하게 보이고

전망대의 가운데는
선장님 컨셉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조종간 모형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멋진 인도교가 있지만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인도교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

백사장항의 뒤편을 살펴보시면

이렇게 항구 밖으로
나가는 길이 있는데요

이곳으로 설렁설렁 걸어가 보면

해변을 따라 걸을 수 있는
태안 해변길이 나옵니다

태안 해변길은
태안의 해변 전체를 아우르는
굉장히 긴 코스인데요

제가 걸을 곳은
백사장항부터 시작되는
5코스 노을길 구간입니다

태안의 해변길은
숲과 바닷길 모두 즐길 수 있는데요

울창한 숲길 구간으로 들어서면
나무들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좋고
바닷길로 가면
파도소리가 참 좋습니다

이 곳은 원래 해수욕장이지만

제가 이곳을 방문한 게
밀물 시간이었는지
모래사장은 볼 수 없었는데요
그 대신
파도가 자갈들을 또르르 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소리가 귀를 계속 간지럽혀서
한참을 서서 보고 있었네요

계속 걸어가다 보니
섬이 해변길을 가로막습니다
하지만 길가를 잘 살펴보시면

이렇게 돌아가는 길이 있다는 사실

특히 이 곳에는 전망대도 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는데요

별로 높지 않은 계단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전망대를 만날 수 있는데요:

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또

기가 막힌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전망대 앞에 우뚝 솟은
V자 형태의 나무 사이로
어느덧 뉘엿뉘엿 떨어지고 있는 해가
쏘옥 들어오는데
크으으으~~

전망대에서 내려와서 좀 더 걷다 보니
삼봉이라는 곳이 나왔는데요

저 섬 앞에서 어떤 분이
삼각대를 펼쳐 들고 기다리고 있길래
저기 뭐가 있나.. 하고 다가가 보니

와... 여기가 또
기가 막히는 일몰 명소네...
대충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해도
예술입니다 예술

시원한 파도소리와 풍경에 취한 저는
돌아보지 않고
자꾸자꾸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해변길을 따라 계속 걷다 보니
드디어!

백사장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시원한 파도소리에 취해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해가
만들어 낸 노을에 취해 걷다 보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나 어떻게 돌아가지?

아하!
조금 더 가면 버스정류장이 있으니
버스를 타고 돌아가면 되겠다!

되돌아 갈 계획까지 세운 저는
거침없이 앞으로 걸어갑니다


그렇게 한참을 더 걸은 저는
기지포 해변에 도착했는데요

버스정류장 위치까지 파악하고 나니
욕심이 생겼습니다

왠지 여기서 좀 더 걸어가면
앉아서 석양을 바라볼 수 있는
벤치가 나올 것 같은데...

여기까지 왔는데
벤치에 앉아서 느긋하게
일몰을 감상하고 가야지!
하고 좀 더 걸어가 보니

빙고!
그렇게 벤치에 앉아서
떨어지는 해를 구경하기 시작했는데요

참 신기한 게
해가 아직 저 위에 떠 있을 때는
저게 언제 떨어지나 싶지만

해가 수평선 가까이 접근하면

해가 움직이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쏘옥 하고 사라집니다

그렇게 일몰을 감상하고
버스를 타러 가 보니...
제가 잊고 있었던 한 가지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아... 여기 시골이지...
저도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서
잘 압니다
농어촌 버스는 도시만큼
배차간격이 빡빡하지 않다는 것을...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날은 점점 더 컴컴해지고
버스는 언제 올지 기약이 없고...
결국

컴컴한 바닷길을
다시 되돌아왔다는 거 -.-;
여러분들은 꼭
출발하기 전에 미리미리
버스 시간표를 찾아보시고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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